“여태 뭐하다 이제야”…국가유산청 뒷북 행정에 서울시는 ‘답답’ 주민들 ‘분통’
언론기사・2025.11.16
국가유산청, 작년 10월 예고했는데
이제서야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서울시 “법적 근거 없이 영향평가 요구”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 공포뒤
유산청, 뒤늦게 이의제기 나서 소송전
서울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재개발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한 가운데, 국가유산청의 ‘한발 늦은 조치’가 세계유산 보호와 도심 낙후지역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종묘를 중심으로 19만4089.6㎡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선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유산청은 그간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작년 10월 종묘 등 11개 세계유산에 대해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공고만 하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전제 조건인 세계유산지구 지정 심의를 한 것이다. 이는 국가유산청이 정작 필요한 근거인 세계유산지구 지정은 하지 않은 상태로 그동안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에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압박했다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번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가결된 세계유산지구도 유산구역만 지정한 상태로, 필수 구성 요소인 완충구역은 여전히 미설정된 상태”라며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하면서도 정작 유산 가치 평가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조차 지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전경‘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소송전도 “국가유산청이 뒤늦게 대응에 나섰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2023년 8월 이 조례 중에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한다(제19조 제5항)’ 를 삭제했다. 서울시는 개정된 조례를 행정안전부에 사전 보고를 한 뒤 10월 공포했다.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시가 행안부에 사전 보고 단계에서 조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약 열흘 뒤 조례가 공포되서야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 공포 후엔 재의 요구가 불가능했고, 남은 선택지가 대법원 제소였던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6일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국가유산청은 2년간 법적 다툼 끝에 패소한 셈인데, 이 판결이 난 지 하루 만에 문체부와 종묘를 방문해 ‘법령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대법원 판단에 불복으로 비치는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운4구역 주민들 “유산청, 이중적인 행정으로 사업 불확실성 키워”세운4구역 주민들도 일관성이 부족한 국가유산청의 행정이 재개발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운4구역 주민 대표회의는 2023년 3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종묘 주변 역사문화 환경 보존 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문화재청고시 제2017-7호)는 기존 고시(제2010-131호)에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역은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음’ 문구를 삭제했는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제2881호 기준)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한 이유와 실제 심의를 거쳐야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당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는 ‘변경 고시된 문화재청 고시(제2017-7호)가 현상 변경 허가 기준이기 때문에 궁능문화재과 기준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세운4구역 주민들 입장에선 재개발 관련 문화재청과 협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같은 해 11월 서울시에 세운4구역 높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게 주민 대표 측 설명이다.
세운4구역 주민 대표 측은 “문화재청 협의나 심의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문화재청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했는데도 서울시엔 기존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중적인 행정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높이 규제도 문제지만 오락가락 행정은 사업 불확실성을 키워 더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 대표회의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에 부당한 높이 규제 폐지를 요청하면 서울시에 가서 말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더니,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어떤 법을 만들어서라도 높이를 낮추겠다고 압박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말했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에서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앞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진 보존지역 밖이므로 규제 대상이 아닌데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더라도 국가유산청이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사업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심의를 받는 데 수년이 걸리고 개발 계획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 공주 공산성 인근에 짓는 제2금강교는 유산영향평가를 받는데 3년 넘게 걸리고 애초 계획했던 왕복4차로는 경관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2차로로 축소됐다. 공산성 주변 옛 버스터미널부지에 짓는 주상복합도 유산영향평가를 거쳐 건물 높이가 46층에서 26층으로 깎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관련 행정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세계유산영퍙평가 실시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이제서야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서울시 “법적 근거 없이 영향평가 요구”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 공포뒤
유산청, 뒤늦게 이의제기 나서 소송전
서울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재개발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한 가운데, 국가유산청의 ‘한발 늦은 조치’가 세계유산 보호와 도심 낙후지역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종묘를 중심으로 19만4089.6㎡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선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유산청은 그간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작년 10월 종묘 등 11개 세계유산에 대해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공고만 하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전제 조건인 세계유산지구 지정 심의를 한 것이다. 이는 국가유산청이 정작 필요한 근거인 세계유산지구 지정은 하지 않은 상태로 그동안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에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압박했다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번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가결된 세계유산지구도 유산구역만 지정한 상태로, 필수 구성 요소인 완충구역은 여전히 미설정된 상태”라며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하면서도 정작 유산 가치 평가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조차 지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전경‘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소송전도 “국가유산청이 뒤늦게 대응에 나섰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2023년 8월 이 조례 중에 ‘보존지역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한다(제19조 제5항)’ 를 삭제했다. 서울시는 개정된 조례를 행정안전부에 사전 보고를 한 뒤 10월 공포했다.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시가 행안부에 사전 보고 단계에서 조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약 열흘 뒤 조례가 공포되서야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에 따라 조례 공포 후엔 재의 요구가 불가능했고, 남은 선택지가 대법원 제소였던 것이다.대법원은 지난 6일 서울시의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국가유산청은 2년간 법적 다툼 끝에 패소한 셈인데, 이 판결이 난 지 하루 만에 문체부와 종묘를 방문해 ‘법령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며 대법원 판단에 불복으로 비치는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운4구역 주민들 “유산청, 이중적인 행정으로 사업 불확실성 키워”세운4구역 주민들도 일관성이 부족한 국가유산청의 행정이 재개발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운4구역 주민 대표회의는 2023년 3월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종묘 주변 역사문화 환경 보존 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문화재청고시 제2017-7호)는 기존 고시(제2010-131호)에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역은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음’ 문구를 삭제했는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제2881호 기준)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한 이유와 실제 심의를 거쳐야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당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는 ‘변경 고시된 문화재청 고시(제2017-7호)가 현상 변경 허가 기준이기 때문에 궁능문화재과 기준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세운4구역 주민들 입장에선 재개발 관련 문화재청과 협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같은 해 11월 서울시에 세운4구역 높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게 주민 대표 측 설명이다.
세운4구역 주민 대표 측은 “문화재청 협의나 심의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문화재청이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했는데도 서울시엔 기존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중적인 행정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높이 규제도 문제지만 오락가락 행정은 사업 불확실성을 키워 더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 대표회의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에 부당한 높이 규제 폐지를 요청하면 서울시에 가서 말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더니,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어떤 법을 만들어서라도 높이를 낮추겠다고 압박하니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말했다.
세운4구역 토지주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에서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국가유산청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직권남용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앞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진 보존지역 밖이므로 규제 대상이 아닌데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더라도 국가유산청이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세계유산영향평가가 사업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심의를 받는 데 수년이 걸리고 개발 계획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 공주 공산성 인근에 짓는 제2금강교는 유산영향평가를 받는데 3년 넘게 걸리고 애초 계획했던 왕복4차로는 경관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2차로로 축소됐다. 공산성 주변 옛 버스터미널부지에 짓는 주상복합도 유산영향평가를 거쳐 건물 높이가 46층에서 26층으로 깎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관련 행정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세계유산영퍙평가 실시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