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월세 받을래" 씨 마른 서울 전세…투기 잡으려다 세입자 '불똥'
언론기사2025.11.18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전면 금지되며 서울 전 지역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마저 줄며 매매에서 전세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까지 늘어났다. 사진은 5일 서울 마포구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2025.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두차례에 걸쳐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시장에서 의도치 않은 공급 축소가 나타난다. 갭투자 억제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조치였지만, 실수요 중심의 전세 계약까지 제약이 생기며 시장 전반에 '잠김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었고, 신규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 자체가 줄면서 임차인의 선택 폭이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10·15 대책이다. 해당 대책은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하도록 했다. 전세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일부 세입자는 기존 전셋집을 연장해 머무르는 쪽을 택하고, 이 과정에서 시장에 순환되는 실매물은 줄어들었다. 앞서 발표된 6·27 대책을 통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며 신규 집주인의 전세 공급 여력이 축소되는 결과가 있었다. 전세대출 규제가 전세 수요를 줄이기보다, 전세 공급 감소로 연결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전세시장은 '가격이 오르는데 매물이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 금리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임대인은 월세·반전세 전환을 선호하고, 전세 계약 자체를 회피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주거비(월 지출) 상승, 자산 축적 속도 둔화, 지역 간 주거격차 심화, 정주 이동 증가 등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임차인의 주거 선택 기준도 과거 '가격이 얼마인가'에서 '대출이 가능한가'라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주거 이동 과정에서 선택지가 줄어든 세입자들이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강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세대출을 활용해 주거 사다리를 확보해왔던 2030세대의 부담이 커지면, 전세의 순기능이 줄어들고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은 월세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하게 좌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왜곡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5347가구로 올해 4만2835가구 대비 64.2% 줄어든다. 공급 공백이 이어질 경우 전세시장 경직은 더 심화할 수 있다.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 구조로 재편될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역전세 리스크가 재부상할 수 있고, 전세보증 사고 증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시장의 불안정이 고착화되면 임차인이 짊어지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지역 간 인구 이동, 주거 수준 격차 확대 등 사회적 파장도 커질 수 있다. 전세제도 보완과 대출 규제 조정, 지역별 공급 정상화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임대·임차 모두에게 불리한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역전세 리스크'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세가격이 다시 조정될 때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임대인·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위험이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 규제가 갭투자 억제라는 본래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전세시장 전체에 영향을 줘 실수요자 접근성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며 "입주 감소와 매물 잠김이 겹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전세난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순환되는 전세 재고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