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면접 보자"… 전세품귀 新풍경
언론기사2025.11.17
집주인 국회 국민청원 등장
'3+3+3년' 전세법에 반발
시장도 임대인 우위로 재편
전세사기 사태 재발 막으려
임차인 집주인 신용조회 허용
임대인 "악성 임차인 많아
전과자·신용불량자 걸러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임대차 계약의 주도권이 임대인 우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임차인의 신용도와 범죄 이력 등을 사전에 검증하자는 일명 '임차인 면접제' 도입 요구가 국회 청원으로 확산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강화돼 온 임차인 보호 정책에 대한 임대인들의 반발이 '역풍'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17일 관련 업계와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에 따르면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에 관한 청원'이 게시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1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게 되면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나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 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서로 믿고 계약할 수 있는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원인이 제안한 구체적인 심사 절차는 서류전형과 면접, 인턴 과정까지 포함한다. 특히 1차 서류전형에서는 대출 연체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신용정보조회서, 범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범죄기록회보서, 월세 납부 능력을 입증하는 소득금액증명원,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세금완납증명서, 그리고 거주 가족 일치를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 제출을 임차인에게 요구한다.

임대인들의 불안 심리는 이미 시장에서 비공식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의 경우 체납으로 인한 분쟁을 막기 위해 임대인들이 중개사를 통해 임차인의 소득수준을 확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는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추진해 왔다. 특히 전세사기 사태 이후 임차인이 계약 전 임대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활용한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를 시행해 계약 전부터 임차인이 임대인의 △HUG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이력 △보증 제한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도 전세사기 위험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임대인의 신용도와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의 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가 커지면서 임대인 측에서도 "정보 비대칭 해소는 쌍방 간에 이뤄져야 한다"며 임차인에게도 동등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역차별' 반발이 터져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는 현행 최대 4년(2+2년)인 임대차 계약 기간을 최대 9년(3+3+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특히 최근 아파트 임대차 시장 분위기가 임대인 우위로 돌아선 것도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를 발표한 이후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335가구로, 지난해 같은 날(3만2522가구) 대비 약 19% 감소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정보를 공개하는 '쌍방 심사'가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임대차 계약 시 세입자가 신용점수와 고용·소득증명, 범죄 기록, 이전 집주인 추천서까지 제출하는 'Tenancy Screening' 제도가 널리 퍼져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임차인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임대인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고액 월세를 중심으로 임차인 검증 과정이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