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금융비용 ‘더블 펀치’…코너 몰린 디벨로퍼
언론기사・2025.11.18
대형社도 회계 ‘의견거절’ 속출
부채비율 3000% 넘는 곳까지
3년새 디벨로퍼 매출액 반토막
부동산 개발 생태계 붕괴 우려
도시개발·주택공급 중요한 축
한해 생산유발 효과만 112조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 = 연합뉴스]2009년 설립된 A시행사는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외부감사 기관으로부터 ‘의견거절’ 평가를 받았다. 이 업체는 2010년대 중반 허허벌판이었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잇따라 분양 사업에 성공해 ‘2세대 대표 디벨로퍼’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판교·안양 오피스텔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437%로 적정 기준(200%)을 한참 웃돈다.
2005년 문을 연 B시행사도 지난해 ‘의견거절’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받았다. 이곳 역시 서울 강남 등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성공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로 최근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타격이 컸다.
18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통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 시행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개·폐업, 매출액 등 모든 측면에서 데이터가 ‘최악’이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부동산 개발 업체는 368개가 폐업신고를 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21년 54조6000억원에 달했던 전국 부동산 개발 업체 매출액은 지난해 28조2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 들어서도 1~10월 등록이 취소된 부동산 시행사는 41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개)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가 이처럼 쑥대밭이 되면서 신규 등록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2022년 404곳에 달했던 신규 업체는 2023년 254곳, 2024년 171곳 순으로 급감했다. 올해 1~10월은 117개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땅의 입지 분석부터 토지 매입, 상품 기획, 자금 조달, 마케팅 분양, 사후관리 운영까지 도시 개발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직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고 엠디엠그룹(회장 문주현)·신영(회장 정춘보 )·일레븐건설(회장 엄석오) 등이 ‘1세대’로 꼽힌다.
PF 의존한 사업방식 손질 필요
정부도 인허가 지원 속도내야
2005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공식 창립한 후 다양한 디벨로퍼가 민간 시장에 뛰어들며 산업 규모는 점점 커졌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최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 업종의 연간 생산 유발 효과는 111조9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51만6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고금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이 본격적으로 터진 2022년 말부터 부동산 개발업은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선 금융기관이 개발 사업 본PF 전환을 꺼리고, 사업 인허가까지 늘어지면서 디벨로퍼들의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과 관련한 공급 측면 문제, 지방 주택과 비주거 상품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경색, 대출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부동산 시행 업계는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금융기관와 건설사, 수요자들 사이에 완전히 끼어 있는 ‘고사위기’ 상태”라며 “이들이 무너지면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에 관한 생태계까지 줄줄이 붕괴될 수 있는만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사진 = 연합뉴스]전문가들은 우선 개발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인허가 지연, 본PF 지연 등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관련 부서 협의부터 공람 공고, 주민 설명회, 도시계획위 심의, 결정고시에 이르는 인허가 기간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용지를 주택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수도권에만 95곳, 111만7000㎡가 지식산업센터 용도로 인허가만 받고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사업비의 90%가량을 단기 금융인 PF에만 의존하는 개발 형태나 토지 수용에만 집착하는 사업 진행 방식 등 한국 개발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쓰이·미쓰비시·모리 등 일본 대형 디벨로퍼들은 우량 자산을 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후 이를 개발에 투입한다.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에 따르면 일본 리츠(J-REITs)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4조7700억엔(약 137조원), 편입 자산 총액은 23조1600억엔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시총 8조원에 편입 자산이 22조원인 한국보다 규모가 20배나 크다.
부채비율 3000% 넘는 곳까지
3년새 디벨로퍼 매출액 반토막
부동산 개발 생태계 붕괴 우려
도시개발·주택공급 중요한 축
한해 생산유발 효과만 112조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 = 연합뉴스]2009년 설립된 A시행사는 지난해 회계감사에서 외부감사 기관으로부터 ‘의견거절’ 평가를 받았다. 이 업체는 2010년대 중반 허허벌판이었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잇따라 분양 사업에 성공해 ‘2세대 대표 디벨로퍼’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판교·안양 오피스텔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437%로 적정 기준(200%)을 한참 웃돈다.2005년 문을 연 B시행사도 지난해 ‘의견거절’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받았다. 이곳 역시 서울 강남 등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성공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악화로 최근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타격이 컸다.
18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통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 시행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개·폐업, 매출액 등 모든 측면에서 데이터가 ‘최악’이었다.지난해 전국에서 부동산 개발 업체는 368개가 폐업신고를 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21년 54조6000억원에 달했던 전국 부동산 개발 업체 매출액은 지난해 28조2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 들어서도 1~10월 등록이 취소된 부동산 시행사는 41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개)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가 이처럼 쑥대밭이 되면서 신규 등록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2022년 404곳에 달했던 신규 업체는 2023년 254곳, 2024년 171곳 순으로 급감했다. 올해 1~10월은 117개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땅의 입지 분석부터 토지 매입, 상품 기획, 자금 조달, 마케팅 분양, 사후관리 운영까지 도시 개발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직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고 엠디엠그룹(회장 문주현)·신영(회장 정춘보 )·일레븐건설(회장 엄석오) 등이 ‘1세대’로 꼽힌다.
PF 의존한 사업방식 손질 필요
정부도 인허가 지원 속도내야
2005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공식 창립한 후 다양한 디벨로퍼가 민간 시장에 뛰어들며 산업 규모는 점점 커졌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최근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 업종의 연간 생산 유발 효과는 111조9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51만6000명에 달한다.하지만 고금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이 본격적으로 터진 2022년 말부터 부동산 개발업은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선 금융기관이 개발 사업 본PF 전환을 꺼리고, 사업 인허가까지 늘어지면서 디벨로퍼들의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과 관련한 공급 측면 문제, 지방 주택과 비주거 상품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경색, 대출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부동산 시행 업계는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금융기관와 건설사, 수요자들 사이에 완전히 끼어 있는 ‘고사위기’ 상태”라며 “이들이 무너지면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에 관한 생태계까지 줄줄이 붕괴될 수 있는만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사진 = 연합뉴스]전문가들은 우선 개발 사업 초기 단계에서 인허가 지연, 본PF 지연 등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관련 부서 협의부터 공람 공고, 주민 설명회, 도시계획위 심의, 결정고시에 이르는 인허가 기간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용지를 주택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수도권에만 95곳, 111만7000㎡가 지식산업센터 용도로 인허가만 받고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사업비의 90%가량을 단기 금융인 PF에만 의존하는 개발 형태나 토지 수용에만 집착하는 사업 진행 방식 등 한국 개발 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쓰이·미쓰비시·모리 등 일본 대형 디벨로퍼들은 우량 자산을 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후 이를 개발에 투입한다.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에 따르면 일본 리츠(J-REITs)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4조7700억엔(약 137조원), 편입 자산 총액은 23조1600억엔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시총 8조원에 편입 자산이 22조원인 한국보다 규모가 20배나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