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처벌·고환율 ‘삼중고’…건설업계, “버티는 게 최선”
언론기사・2025.11.18
경기 부천의 한 주택 건설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안다솜 기자]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 이재명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안전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건설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그렇다고 멈추기도 어려워지면서 그저 버티는 게 최선이 돼버린 상황으로 내몰렸다.
◇중대재해 발생 시 전 현장 공사 중단 관례화
이재명 정부 들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면서 사고 발생 시 전 현장이 공사를 멈추고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관행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노동안전종합대책을 통해 연 사망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기업에 대해 최대 영업이익의 5%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은 관련 법안 개정 등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건설사들은 대통령의 경고 이후 안전 사고에 더 각별히 신경쓰고 있지만, 사고 발생 때마다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져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판한 데다 건설면허 말소 등의 방안까지 언급하면서 건설사들은 산재 사고 발생 시 CEO 명의의 사과와 전 현장 공사를 중단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올 하반기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전 현장 공사를 중단했으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전 대표가 물러났고, DL건설도 대표이사와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사표를 일괄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CEO가 책임지고 사퇴하거나 사고와 무관한 현장까지 멈추면서 압박감이 크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책임준공의 압박과 기온이 매년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전체 현장을 멈추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현장소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아무리 철저히 신경써도 불이익이 크다는 생각에 현장소장으로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출·수요억제 대책에 분양 줄줄이 지연
연이은 부동산 수요억제책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으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실적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청약경쟁률은 대출규제 이후 감소세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진 전국 청약 경쟁률이 11.41대 1로 두자릿수를 유지했으나 7월과 8월 약 9대 1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9월엔 7.78대 1로 하락하며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규제 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았던 탓에 분양을 미뤄왔지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도 핵심지 위주로는 꾸준히 공급을 진행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수익성이 안 나온다는 판단이 서면 분양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 실적이 좋지 않을 게 뻔한데 무리해서 (분양을) 진행하면 마케팅 비용 등 지출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의 집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분양 실적은 연간 목표치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 중소건설사·해외 프로젝트 악영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안정한 환율도 건설업계의 위기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자재 원가 상승으로 건설원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에 따른 자잿값 상승은 중소건설사의 사업을 위축시키고 해외 프로젝트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환율 변동과 자재비 상승 등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건설원가는 자재비와 노무비, 경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건설 자재의 경우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비중이 커 환율이 올라가면 건설업계의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나마 대형건설사들은 발주처와 협상을 통해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아 영세한 업체일수록 환율 영향을 더 받는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큰 마진을 기대하기보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수주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애초에 사업성이 크지 않은데, 환율 리스크까지 겹친다면 적자 현장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종합건설사의 폐업 수도 증가세다. 이날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412곳으로 전년 동월(394곳) 대비 4.56% 늘었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29940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