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창틀 고급으로" 이 말 쏙 들어갔다…강남 재건축도 고환율 직격탄
언론기사2025.11.2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4089.25)보다 135.63포인트(3.32%) 내린 3953.62에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02.67)보다 23.97포인트(2.66%) 하락한 878.70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8.0원)보다 7.3원 오른 1465.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11.18.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고환율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계의 비용 부담 리스크가 커졌다. 철근·합판·석재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주요 자재 가격이 뛰고, 공사비 상승 압력이 커지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들까지 '마이너스 옵션' 도입 등을 검토하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열흘 넘게 1450원대를 웃돌며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465.6원을 기록했다. 올해 평균 환율(1415.5원)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평균치(1394.97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지난 13일에는 1471원까지 치솟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환율이 튀어오르자 건설 원가 부담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 지수는 121.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가 발표한 건설공사비 지수 역시 9월 131.66을 기록하며 조사 이래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선·케이블(2.36%), 냉간압연강재(1.3%), 산업용 가스(1.09%) 등 자재 전반의 가격이 오름세다.

이같은 흐름은 수익성이 우수한 편인 강남권 정비사업 현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서초구 한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에서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을 입찰 지침에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조와 외부 마감재만 포함해 분양하고, 주방·욕실·가구 등 내부 마감재는 분양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강남권에서는 '고급화'가 기본인데 '내부 인테리어 제외'는 이례적인 조치다.

강남 재건축 한 조합원은 "현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이 어렵다"며 "외부 마감만 확정하고 내부는 각자 셀프 인테리어로 해결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조합원분은 수입 자재를 유지하되, 일반분양분은 국산 자재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반포 원베일리처럼 창틀부터 마루까지 고급 수입 마감재를 요구하던 기존 관행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건설사들도 '고환율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원·달러가 1400원대를 유지하는 고환율 구간에서는 수입 자잿값 상승이 공사 원가율 전체를 밀어올린다"며 "국내 공사 물량이 줄어 당장 체감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하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 우려도 있다. 공사 물량이 줄면 자재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축소하는데, 내년 하반기 이후 물량이 늘기 시작하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업계는 고환율이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개발사업의 기획·조달·시공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보고 있다. 시공·조합·발주처 모두 계약 단계에서 환율 리스크를 반영한 조항을 확대하고, 자재 조달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때 이미 상당 폭 오른 자재가격이 안정화 중이었는데, 환율 변동이 다시 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