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대가족 선발 대회?..."4인가족 만점도 꽝" 30억 로또청약 민낯
언론기사2025.11.22
래미안트리니원/사진=삼성물산'30억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 청약이 최소 5인 이상 무주택 대가족 선에서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가구원수는 2.2명, 5인 가구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20억원대 현금을 보유한 극히 드문 계층만 접근 가능한 청약시장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래미안트리니원의 최고 당첨 가점은 82점, 최저 당첨 가점은 70점이었다. 가점 82점은 만점 84점에서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약간 부족한 경우다. 주택형별 평균 당첨 가점 역시 △전용 84㎡A 78.4점 △84㎡C 78점 △84㎡B 75.8점 △59㎡B 74.04점 △59㎡A 74.02점 △59㎡C 72.17점 △59㎡D 71.79점 등으로 전 구간이 '초고점'이었다.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청약 가점 만점이 69점임을 고려하면, 이번 단지에서는 5인 이상 무주택 가구만 당첨권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가점제 핵심 기준인 부양가족 수 항목(최대 35점)은 본인 제외 6명 이상일 때 만점이 가능해, 사실상 대가족 중심의 당첨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가 26억3700만~27억4900만 원인 점도 장벽을 더 높였다. 10·15 대책 이후 2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으로 제한된다. 결국 최소 20억원 이상의 현금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자산가만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청약제도가 '무주택 실수요자 우선'이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고가 단지일수록 고액 자산가 전용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단지를 넘어 청약시장 전반의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에서도 최저 당첨 가점이 70점을 기록하며 4인 가구가 모두 탈락했다. 최고 가점은 84점 만점이었다. 인기 지역·대장주 단지일수록 만점자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청약가점제는 장기 무주택·다자녀 가구를 우대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한국 사회의 가구원수 감소와 청약 수요 구조 변화는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평균 가구원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5인 이상 가구는 매우 희귀한데도, 초고가 단지의 당첨선은 이들에게만 열린다. 실수요 다수가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청약을 통한 주거 사다리는 사실상 끊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초고가·대장주 단지와 일반 단지 간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으로 조성되는 래미안트리니원은 지하 3층~지상 35층, 2091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인근에서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98㎡가 지난 6월 72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입주 시점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이 같은 '확실한 상승 기대감'이 초고점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중산층·신혼·3~4인 가구의 접근권은 완전히 봉쇄된다.

반면 입지나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단지는 미분양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청약시장은 '로또급 대장주 몰림 현상'과 '외곽 미분양 위험'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청약제도가 실수요자 중심이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자산·가점이 모두 높은 상위 계층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가점제 개선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 왔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로는 평균 가구가 서울 주요 지역 분양에 진입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가점제 구성항목, 대출 규제, 공급 전략을 통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