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민간임대, 오락가락 정책에 직격탄… 공급 부족한데 투자 ‘올스톱’
언론기사2025.11.24
집값 급등 잡기 위한 대책 줄이어 발표
기업형 임대사업자도 부정적 영향
민간임대 시장 투자한 투자자 발 동동
정부 정책 일관성 없어 신규 투자 꺼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지난해만 해도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한다고 하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규제로 신규 투자 결정이 어려워지면서 2~3년 뒤에는 민간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많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민간임대 사업을 하는 기업의 관계자 A씨


기업이 집주인인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이 규제로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수도권 규제지역 내 임대사업자의 대출이 제한되면서 신규 매입임대 투자가 어려워진 데 이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까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임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번 규제로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에 제약이 생기면서 주거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대책 직격탄…“투자 단계부터 어려워져”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자는 정부의 9·7 대책과 10·15 대책 발표 이후 사업의 구조적 제약이 생겼다. 정부가 임대 사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줄이면서 민간임대 기업은 매입형 임대주택 투자 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기자본(에쿼티)으로 자금을 100% 조달해야 신규 매입임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리면서 민간임대 사업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롭게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더는 받을 수 없게 됐다. 종부세 합산 배제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임대주택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매입임대 사업에 중과세율이 적용될 경우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민간임대 기업 관계자 A씨는 “업계에서는 대출 활용이 사업 구조의 필수 요소이며, 대출 없이 운영 가능한 사업자는 사실상 없다”며 “(종부세 측면에서) 서울 오피스텔 투자 프로젝트의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로 투자 심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자가 직접 부동산을 신규로 개발하는 ‘건설형 매입임대’의 경우에는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규제로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단계가 어려워져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

통상 부동산 개발 및 임대 사업은 초기 투자→안정적 운영→매각→재투자의 단계로 자본이 순환된다. 그러나 취득세 감면이나 종부세 합산배제 등 혜택은 최초 등록 사업자에게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사업자가 임대주택을 매각할 경우 매수자는 세제 혜택을 승계받지 못하고 세금 중과 대상이 된다. 결국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차기 매수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기 투자 단계부터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운영하는 B씨 역시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이 힘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임대주택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대출이 필요 없는 정부에서 주도하겠다는 정책 기조로 돌변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1월 2일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붙은 매매 안내문. /연합뉴스
“작년은 지원, 올해는 규제”… ‘오락가락’ 정부 정책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사기 등 주거 불안 해소와 임대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를 위해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을 확대하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기업형 장기임대가 활성화되면 국민이 좋은 품질의 주택에서 수준 높은 주거 서비스를 받으며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선택권이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지원 확대에 모건스탠리, KKR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등의 해외 연기금이 국내 임대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1년 만에 정부 정책이 뒤집히자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식’ 기업형 민간임대 정책이 지속된다면 공급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수도권 임대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잦은 정책 변경과 일관성 없는 규제로 민간 기업 및 기관투자자가 장기적인 투자와 운영 계획을 수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부는 단기적 개입보다는 5~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운영하는 기업 관계자 C씨는 “기업형 등록임대주택은 전체 등록임대주택 130여만가구 가운데 8만여가구로 약 6%에 그친다”며 “수도권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인데 기업형 임대주택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국내 임차인들의 전월세 부담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함께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요청이다. 업계에서는 민간임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용도지역 규제 탄력 적용 ▲세제 혜택의 매수자 연속성 보장 ▲임대사업자 제도 재정비 ▲민간 참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도심 내 지속 가능한 공급 기반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