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역설’ 15억 미만 아파트값 불 붙었다
언론기사2025.11.26
3차례 대책 후 중소형 11%대 급등
15억·25억으로 쪼갠 ‘대출 절벽’에
중저가 아파트 15억원 ‘키 맞추기’
전문가 “대출규제 정책이 시장왜곡”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세 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는 동안 서울에서 15억원 미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두 차례의 대출 규제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대출 한도 축소가 덜한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모이며, 중저가 아파트 값이 15억원 턱밑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4면

▶중소형이 대형 아파트 상승폭 추월…아파트값 밀어올린 ‘규제의 역설’=26일 KB부동산 11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중소형(40㎡ 이상~62.8㎡ 미만) 아파트의 평균값은 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규제 시행 직전 5월(8억8833만원) 대비 11.71% 급등한 9억9238만원(10일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형(40㎡ 미만)·중형(62.8㎡~이상 95.9㎡ 미만)·중대형(95㎡ 이상~135㎡ 미만)·대형(135㎡ 이상) 등 전 면적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정부는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이 과정에서 줄어든 대출 한도로 매수가 가능한 아파트의 값이 오른 것이다.

특히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선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 15억원 미만 서울 집값이 일제히 올랐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중형 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가 13억1988만원에서 14억6847만원으로 11.26% 상승했다.

6·27 대출규제가 나오기 전에는 서울 대형 아파트가 평균 30억5145만원(지난해 11월 기준)에서 33억2510만원(올해 6월 기준)으로 6개월만에 8.97% 상승해 오름폭이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론 중대형 아파트가 17억807만원에서 18억5061만원으로 8.35% 올라 그 다음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형과 중소형은 각각 6.12%, 5.03% 올라 상승폭이 미미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기준을 15억원, 25억원으로 쪼개 임의의 ‘대출 절벽’을 만들자, 매매가 가능한 가격대로 수요가 쏠리기 시작했다.

실제 오름세는 가격대별로 대출 한도를 줄인 10·15 이후 15억원 미만 가격대에서 더 가팔라졌다. 평균값이 36억1775만원인 대형과 20억3644만원인 중대형은 10월 이후 한달간 상승폭이 각각 1.1%와 1.8%였지만, 15억원 미만인 중형(14억6847만원·1.95%), 중소형(9억9238만원·2.35%), 소형(4억6959만원·2.10%)은 그보다 컸다.

▶강남은 쏠림현상 더 심해=특히 고가 단지가 몰린 강남권으로 갈수록 더 심화했다. 강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는 지난 5월부터 이번 11월까지 평균 10억6283만원에서 12억223만원으로 13.12%나 급등했다. 중형도 같은 기간 15억9419만원에서 17억9363만원으로 12.51% 올랐다. 12평이 조금 넘는 소형 아파트도 5억21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11.77% 급등해 6억원을 목전에 뒀다.

실제 대출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한 중소형 아파트는 현재도 계속 몸값을 높이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에 소재한 송파위례24단지꿈에그린 아파트 51㎡는 지난 30일 13억98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까지만 해도 11억~12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전문가들은 임의 가격구간을 기준으로 한 대출규제는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15억원 아래 가격을 형성하던 아파트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며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5억원 이하까지만 6억원 대출이 나오니 13억원, 14억원하는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겠느냐”며 “집주인들은 실거래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굳히고, 결국 15억원을 빠르게 넘기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