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장 효과도 없다” 4500가구 ‘입주 폭탄’에도 서울 전셋값 고공행진
언론기사2025.12.0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및 주택 단지./뉴스1
흔히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를 두고 ‘입주장 효과’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서울 전세 시장에서 이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000가구 가까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송파구의 전셋값이 매주 0.2% 넘게 급등하고 있으며, 4000가구 넘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동대문구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대출이나 세금 등에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데다 최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향후 전세 매물이 귀해질 것이라는 심리도 더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송파구에서는 이달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다음 달 잠실르엘(1865가구)까지 두 달 사이 4500가구 넘는 신규 입주가 시작된다. 그 여파로 송파구 전세 매물은 지난달 27일 기준 3492건으로 두 달 전(1232건) 대비 183.4% 폭증했다. 이렇게 전세 매물이 단기간에 늘어나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과거 패턴이었는데,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로 지난주 송파구 전셋값은 0.24% 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률(0.14%)을 크게 앞질렀다.

2018년 12월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입주하던 당시 전세 매물이 3000건 가까이 쏟아지면서 송파구는 물론, 서초·강남·강동구까지 전세·매매 값이 6개월 가까이 하락했었다. 작년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입주 당시에도 11월 둘째 주부터 전셋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12주 연속 하락했고, 송파구도 영향을 받아 10주 동안 전셋값이 하락했다. 올해 6월 서초구 메이플자이(3307가구) 입주 때에도 3월부터 8월까지 22주간 서초구 전셋값이 빠졌다.

동대문구도 지난달 말부터 이문아이파크자이(4169가구) 입주가 시작됐지만 오히려 전세 매물이 3개월 전에 비해 10.7% 줄었다. 전세 가격 주간 변동률도 지난주 0.1%로 전주(0.08%)에 비해 확대됐다. 현장 공인중개사들 역시 “과거엔 입주 시점이 임박해지면 전세 매물 간 경쟁이 붙으면서 호가가 떨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한다.

이처럼 입주장 효과가 사라진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규제의 역설’이라고 해석한다. 송파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일반 당첨자들은 잔금일로부터 3년 이내에 입주해 2~3년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청약을 받은 잠실래미안아이파크나 올해 8월 청약을 받은 잠실르엘 모두 실거주할 정도의 현금 여유가 있는 수요자 위주로 청약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 올라와 있는 이들 아파트의 전세 매물 대부분에 ‘조합원 물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재건축 조합원은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세를 장기간으로 줄 수 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질수록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점도 전셋값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제 입주할 사람만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