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2만3700가구 ‘최다’… 할인분양 막히자 건설사가 꺼낸 카드는
언론기사2025.12.02
기존 분양자 반발로 할인분양 어려워
법인 전세로 돌려 일부 유동성 확보
건설업계 “지방 경기 회복 지원 필요”

경기도 평택시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회사 보유분 전세 물량입니다. 100여 가구 물량을 선착순 동호수 지정하고 있습니다. 옵션 있는 가구부터 물량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지방의 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홍보 문구.


최근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건설사 보유분이 전세로 나오고 있다. 지방의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계속 떠안고 있기에는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해 유동성을 일부라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중 건설사가 보유한 세대가 속속 전세로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경북 경주시의 한 아파트는 최근 건설사 보유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했다.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아파트 역시 올해 4월 입주를 시작했으나 분양이 되지 않자 법인 물량을 2년 전세로 돌린 뒤 분양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준공한 전남 광양시의 한 아파트도 회사 보유분이 전세로 나왔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회사가 보유한 미분양 주택을 최대 4년 전세로 살아본 뒤 최초 분양가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어렵자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 전세 대금이라도 우선 확보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비수도권에 지은 아파트의 경우 준공 후에도 미분양인 경우가 많아 전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선 전세로 2+2년을 거주한 뒤 최초 분양가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 일부라도 공사 대금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다 짓고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월 전국 2만8080가구로 전월(2만7248가구) 대비 3.1% 증가했다. 이 중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이 2만3733가구로 전체의 8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올해 최대치다.

그래픽=손민균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사의 선택지는 사실상 많지 않다. 자체 할인 분양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해도 먼저 분양받은 입주민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 또 다른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할인 분양을 하려고 해도 기존에 분양받은 입주민이 동일한 분양가를 요구하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해서 (분양가를 낮춰서 팔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유동성에 여력이 있는 일부 건설사의 경우 정부의 미분양 지원 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의 경우 매입 상한 가격이 감정가의 90% 수준이어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다린 뒤 제값을 받겠다는 건설사도 상당수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에 여력이 없는 건설사는 LH의 미분양 매입 사업에 아파트를 넘기고 있다”면서 “버틸 여력이 있는 건설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보다는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고 한다”고 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미분양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이런 ‘버티기 전략’도 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건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경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지금까지 전세 전환 등으로 버티던 건설사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