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한강을 품 안에…16가구만 허락된 ‘귀족의 집’[초고가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
언론기사・2025.12.04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헤렌하우스’
1세대 고급빌라, 유력 기업인 거주
한강·남산 조망 가능 배산임수 입지
모든 가구의 전용면적 242㎡ 넘어
작년 12월 매물 경매 감정가 58.8억
드롭오프존·공동정원, 유럽풍 설계
용산 헤렌하우스는 들어서자마자 한강이 보인다. [보스크중개 제공]
“20여 년 전부터 한강 조망을 선호하던 분들이 살던 집이니까요. 마천루가 보이고 굽이쳐 흘러가는 강의 모양은 강남 에테르노청담 같은 고급빌라에서도 전면으로 보기 힘든 뷰거든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A중개법인 공인중개사)
고급스러운 단독주택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내에서도 유독 기업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꼽힌다. 단 16세대를 위한 3개 동으로 구성된 이 연립주택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넥슨 지주사 NXC 의장을 비롯해 이범 에스콰이아 전 회장, 임종윤 한미그룹 오너2세 등이 살고 있다. 이곳은 바로 헤렌하우스다.
헤렌하우스가 있는 한남동 유엔빌리지는 재벌 총수 일가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강북의 대표 부촌이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 군 장병 가족 등을 위한 외국인주택 건설을 지시하며 형성됐다. 현재도 대사관이 많아 자연스럽게 치안이 확보된 곳으로 10분대면 강남, 1시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한남동(漢南洞)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쪽으로는 한강, 서북쪽으로는 남산을 누릴 수 있는 배산임수 지역인 만큼 풍수지리적인 특성을 이유로 이곳을 찾는 기업인들이 많다.
한남동의 한 중개법인 관계자는 “돈을 많이 다루는 분 중에서 점집에 갔더니 ‘물이 보이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해서 이사를 오는 분들이 있다”면서 “창업자나 신흥 부자 중에서는 유엔빌리지를 자신의 등본에 찍고 가려는 일종의 관례 같은 게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엔빌리지는 폐쇄적인 도로 구조를 갖고 있어 외부인에게는 불편한 곳이다. 차량이 없다면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 처음 온 사람은 자칫 출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한남대로에서 독서당로를 통해 언덕을 올라오면 유엔빌리지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막다른 도로로 이어지는 길들은 혹시 모를 외부인의 동선을 제한한다. 이는 보안을 자연스레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유엔빌리지 1세대 고급빌라, ‘귀족의 집’ 의미 담아
한남동의 한남더힐, 나인원한남이 최근 들어선 한남동의 신세대 단지라면 이 곳 헤렌하우스는 일명 1세대 고급빌라에 해당한다. 옛러시아공사관저 자리에 2002년 시행사 조은집과 세종건설의 시공으로 지어진 헤렌하우스(Herren Haus)는 독일어로 ‘귀족의 집’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분양 당시 부, 명예, 권력을 모두 담은 ‘200년을 생각한 명품 빌라’로 소개된 헤렌하우스는 평수 또한 하나같이 거대하다. 모든 세대는 전용면적이 242㎡를 넘는다. 저밀도로 지어져 세대당 대지 지분은 70평에 달한다. 101동에는 단층 세대 8세대, 복층으로 구성된 102동·103동에는 4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준공 당시 매수해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이 많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 씨가 대표적이다. 세대 수가 적고 장기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시세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12월 경매에 나왔던 한 매물의 감정가는 58억8000만원이었다. 한남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최소 50억대는 생각하셔야 한다”면서 “다만 젊은 분들의 선호도는 다소 떨어지고 강남 트라움하우스처럼 1세대 부자들에겐 상징적인 집”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인은 정면조차 볼 수 없는 폐쇄성의 끝판왕
신전을 연상시키는 벽기둥, 대리석 계단 등 헤렌하우스의 내외부에는 그리스 시대의 고전 건축양식들이 곳곳에 녹아져 있다. 주택의 위치 또한 지중해 해안가 절벽의 옛 로마 황제들 별장처럼 높은 지대에 있다. 아래로는 강변북로가 지나가지만 사실상 보행은 불가능해 외부인은 주택의 정면을 보는 일조차 쉽지 않다.
건축법상으로는 꼭대기 층은 지상 3층이지만 언덕과 옹벽의 높이를 합치면 웬만한 건물의 8~10층 높이 수준이다. 중개사 A씨는 “유엔빌리지의 빌라들은 언덕 지형의 특성상 1층이 지하층이 되는데 그래서 헤렌하우스는 지하에서도 한강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력과 권력이 비슷한 이들과 같은 단지에 살면서도 대중으로부터의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은 집값 상승보다 실거주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부자들의 주거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건물 외관이 유럽풍으로 꾸며진 헤렌하우스 전경. [지지옥션 제공]
유엔빌리지에서도 귀한 ‘드롭 오프존·공동정원’ 가진 단지형 빌라
지하 2층의 드롭 오프존(drop-off zone)과 프랑스풍 대형 정원은 헤렌하우스가 가진 특이점이다. 주로 호텔에 있는 드롭 오프존은 차량이 순환하는 공간이면서 VIP나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김도현 보스크중개 대표는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드롭 오프존이 있는 빌라는 두산UV빌라와 헤렌하우스 정도”라며 “의전(儀典)이 가능한 단지형 빌라, 제대로 된 중정과 공용 정원이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층별 출입구가 있어 동선이 분리된다. 가사도우미 등 서비스 인력과 거주자가 다른 경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는 대형 정원은 도심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대문을 비롯해 곳곳에 있는 나무줄기 모양의 연철(鍊鐵), 프레스코 벽화, 원형 돔 형태의 로툰다(rotunda)는 마치 유럽의 궁전에 와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강남에선 못 보는 ‘해 뜨는 한강뷰’
헤렌하우스의 거실에서는 두 층을 아우르는 5m 층고에 설치된 전면 남향 창으로 한강을 볼 수 있다. 이때 한남동에서 보이는 조망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에서 북향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남동은 강이 동북쪽으로 휘며 트여 있기 때문에 해가 뜨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김도현 공인중개사는 “새벽녘에 잠실 롯데타워 쪽에서 지평선을 넘어 빨갛게 넘어오는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엔빌리지에는 정기를 받겠다며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 반포 등에서는 강이 북서쪽으로 열려 있어 노을을 보기 좋다. 이 조망의 차이 때문에 강남 아파트에서 한남동 쪽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김 공인중개사는 “중랑천과 한강 물줄기가 만나며 물길을 밀어주는 모양이 유엔빌리지에서 보이는 강 조망”이라며 “바라보면 흘러들어온 물의 결이 마치 자신에게 오는 듯해 부자들은 ‘부가 들어온다’고 인식한다”라고 설명했다.
헤렌하우스 또한 이 강 조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사각형 구조로 지어졌다. 다만 큰 창들을 남향으로 내 방들을 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복도가 긴 형태다. B 공인중개사는 “들어가자마자 거실이 펼쳐지는 일반적인 구조는 아니다 보니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다르다”면서 “하지만 강남을 바라볼 때 보이는 마천루 조망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 ‘올 사람은 오는 집’”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1세대 고급빌라, 유력 기업인 거주
한강·남산 조망 가능 배산임수 입지
모든 가구의 전용면적 242㎡ 넘어
작년 12월 매물 경매 감정가 58.8억
드롭오프존·공동정원, 유럽풍 설계
용산 헤렌하우스는 들어서자마자 한강이 보인다. [보스크중개 제공]“20여 년 전부터 한강 조망을 선호하던 분들이 살던 집이니까요. 마천루가 보이고 굽이쳐 흘러가는 강의 모양은 강남 에테르노청담 같은 고급빌라에서도 전면으로 보기 힘든 뷰거든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A중개법인 공인중개사)
고급스러운 단독주택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내에서도 유독 기업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꼽힌다. 단 16세대를 위한 3개 동으로 구성된 이 연립주택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 넥슨 지주사 NXC 의장을 비롯해 이범 에스콰이아 전 회장, 임종윤 한미그룹 오너2세 등이 살고 있다. 이곳은 바로 헤렌하우스다.
헤렌하우스가 있는 한남동 유엔빌리지는 재벌 총수 일가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강북의 대표 부촌이다. 1956년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 군 장병 가족 등을 위한 외국인주택 건설을 지시하며 형성됐다. 현재도 대사관이 많아 자연스럽게 치안이 확보된 곳으로 10분대면 강남, 1시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한남동(漢南洞)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쪽으로는 한강, 서북쪽으로는 남산을 누릴 수 있는 배산임수 지역인 만큼 풍수지리적인 특성을 이유로 이곳을 찾는 기업인들이 많다.
한남동의 한 중개법인 관계자는 “돈을 많이 다루는 분 중에서 점집에 갔더니 ‘물이 보이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해서 이사를 오는 분들이 있다”면서 “창업자나 신흥 부자 중에서는 유엔빌리지를 자신의 등본에 찍고 가려는 일종의 관례 같은 게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유엔빌리지는 폐쇄적인 도로 구조를 갖고 있어 외부인에게는 불편한 곳이다. 차량이 없다면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 처음 온 사람은 자칫 출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한남대로에서 독서당로를 통해 언덕을 올라오면 유엔빌리지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막다른 도로로 이어지는 길들은 혹시 모를 외부인의 동선을 제한한다. 이는 보안을 자연스레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유엔빌리지 1세대 고급빌라, ‘귀족의 집’ 의미 담아
한남동의 한남더힐, 나인원한남이 최근 들어선 한남동의 신세대 단지라면 이 곳 헤렌하우스는 일명 1세대 고급빌라에 해당한다. 옛러시아공사관저 자리에 2002년 시행사 조은집과 세종건설의 시공으로 지어진 헤렌하우스(Herren Haus)는 독일어로 ‘귀족의 집’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분양 당시 부, 명예, 권력을 모두 담은 ‘200년을 생각한 명품 빌라’로 소개된 헤렌하우스는 평수 또한 하나같이 거대하다. 모든 세대는 전용면적이 242㎡를 넘는다. 저밀도로 지어져 세대당 대지 지분은 70평에 달한다. 101동에는 단층 세대 8세대, 복층으로 구성된 102동·103동에는 4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준공 당시 매수해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소유주들이 많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 씨가 대표적이다. 세대 수가 적고 장기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시세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12월 경매에 나왔던 한 매물의 감정가는 58억8000만원이었다. 한남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최소 50억대는 생각하셔야 한다”면서 “다만 젊은 분들의 선호도는 다소 떨어지고 강남 트라움하우스처럼 1세대 부자들에겐 상징적인 집”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인은 정면조차 볼 수 없는 폐쇄성의 끝판왕
신전을 연상시키는 벽기둥, 대리석 계단 등 헤렌하우스의 내외부에는 그리스 시대의 고전 건축양식들이 곳곳에 녹아져 있다. 주택의 위치 또한 지중해 해안가 절벽의 옛 로마 황제들 별장처럼 높은 지대에 있다. 아래로는 강변북로가 지나가지만 사실상 보행은 불가능해 외부인은 주택의 정면을 보는 일조차 쉽지 않다.
건축법상으로는 꼭대기 층은 지상 3층이지만 언덕과 옹벽의 높이를 합치면 웬만한 건물의 8~10층 높이 수준이다. 중개사 A씨는 “유엔빌리지의 빌라들은 언덕 지형의 특성상 1층이 지하층이 되는데 그래서 헤렌하우스는 지하에서도 한강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력과 권력이 비슷한 이들과 같은 단지에 살면서도 대중으로부터의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점은 집값 상승보다 실거주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부자들의 주거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건물 외관이 유럽풍으로 꾸며진 헤렌하우스 전경. [지지옥션 제공]유엔빌리지에서도 귀한 ‘드롭 오프존·공동정원’ 가진 단지형 빌라
지하 2층의 드롭 오프존(drop-off zone)과 프랑스풍 대형 정원은 헤렌하우스가 가진 특이점이다. 주로 호텔에 있는 드롭 오프존은 차량이 순환하는 공간이면서 VIP나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김도현 보스크중개 대표는 “유엔빌리지 내에서도 드롭 오프존이 있는 빌라는 두산UV빌라와 헤렌하우스 정도”라며 “의전(儀典)이 가능한 단지형 빌라, 제대로 된 중정과 공용 정원이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층별 출입구가 있어 동선이 분리된다. 가사도우미 등 서비스 인력과 거주자가 다른 경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는 대형 정원은 도심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대문을 비롯해 곳곳에 있는 나무줄기 모양의 연철(鍊鐵), 프레스코 벽화, 원형 돔 형태의 로툰다(rotunda)는 마치 유럽의 궁전에 와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강남에선 못 보는 ‘해 뜨는 한강뷰’
헤렌하우스의 거실에서는 두 층을 아우르는 5m 층고에 설치된 전면 남향 창으로 한강을 볼 수 있다. 이때 한남동에서 보이는 조망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에서 북향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남동은 강이 동북쪽으로 휘며 트여 있기 때문에 해가 뜨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김도현 공인중개사는 “새벽녘에 잠실 롯데타워 쪽에서 지평선을 넘어 빨갛게 넘어오는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엔빌리지에는 정기를 받겠다며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 반포 등에서는 강이 북서쪽으로 열려 있어 노을을 보기 좋다. 이 조망의 차이 때문에 강남 아파트에서 한남동 쪽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김 공인중개사는 “중랑천과 한강 물줄기가 만나며 물길을 밀어주는 모양이 유엔빌리지에서 보이는 강 조망”이라며 “바라보면 흘러들어온 물의 결이 마치 자신에게 오는 듯해 부자들은 ‘부가 들어온다’고 인식한다”라고 설명했다.
헤렌하우스 또한 이 강 조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사각형 구조로 지어졌다. 다만 큰 창들을 남향으로 내 방들을 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복도가 긴 형태다. B 공인중개사는 “들어가자마자 거실이 펼쳐지는 일반적인 구조는 아니다 보니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다르다”면서 “하지만 강남을 바라볼 때 보이는 마천루 조망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 ‘올 사람은 오는 집’”이라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