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전쟁’ 속 SMR 부상…DL이앤씨, 글로벌 시장서 잰걸음
언론기사2025.12.04
[리빌드 K건설]
美 엑스에너지에 전략적 투자…EPC·글로벌 확장 기대
SMR, 데이터센터 전력난 해법으로 주목…DL이앤씨는 ‘선점’
“기후·에너지 위기, SMR이 대안”…DL이앤씨 EPC 수혜 기대
美·亞 SMR 시장에 교두보…엑스에너지 초도호기 건설도 겨냥
DL이앤씨가 소형모듈원전(SMR)을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차세대 원전인 SMR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나섰다.

엑스에너지 초도호기 조감도. DL이앤씨.

4일 DL이앤씨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미국 SMR 선도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해 초기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지분 약 2%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설계·조달·시공(EPC) 단계에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에 선정된 기업이다.

엑스에너지는 DL이앤씨의 투자 이후 더욱 주목받는 기업이 되고 있다. 올해 2월 아마존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7억달러(약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11월 시리즈D 단계에서도 7억달러를 추가 조달했다. 해당 자금은 미국 내 초도호기(첫 번째 완성품) 구축과 공급망 정비에 순차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설비 규모를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차세대 원전이다. 출력은 줄였지만, 설비를 모듈화해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다. 안전성도 높아 전력 수요처 인근에 건설할 수 있다. 전통적인 원전이 국가 단위 기저 부하 전원이라면, SMR은 데이터센터·산업단지·항만 등 특정 수요처에 맞춘 '맞춤형 전원'에 가깝다.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가스 발전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SMR 부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SMR은 AI 시대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으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클라우드·AI 서비스 확대로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흔들리는 탓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 투자와 직접 전력 조달 계약(PPA)에 나서는 배경에도 이러한 고민이 깔려 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 중인 4세대 SMR 'Xe-100'은 냉각재로 물 대신 헬륨 기체를 사용하는 '고온가스로(HTGR)' 방식을 채택한 원전이다. 기존 '경수로형'과 달리 연료가 고온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구조를 채택했다. 냉각재 손실 시에도 오염수 확산이나 노심 손상 가능성이 낮다. 열을 활용해 산업용 열 공급과 수소 생산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단순 전력 생산을 넘어 산업용 에너지 솔루션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Xe-100'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허가 심사 결과는 내년 말 발표된다.

DL이앤씨는 단순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엑스에너지의 핵심 사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Dow)의 공장 부지에 SMR 초도호기를 2030년대 초 완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DL이앤씨는 보유 지분과 기존 플랜트·에너지 인프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건설 협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SMR 표준화와 모듈화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후속 프로젝트에서 동일 설계를 반복 적용하는 '복수 건설'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초도호기 참여 경험이 있는 업체가 후속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필리핀 정부측과 면담 중인 박상신(왼쪽에서 두번째) DL이앤씨 대표. DL이앤씨.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DL이앤씨의 SMR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주택 부문 원가 관리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엑스에너지 지분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SMR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발주 단계에 들어설 경우, 단순 도급이 아닌 지분 투자와 EPC를 결합한 형태의 수익 구조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L이앤씨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은 방한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필리핀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건설 재개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 원자력 에너지 안전법' 서명 이후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미 필리핀 최대 전력 기업인 메랄코(Meralco)와 SMR 도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논의 중이다. DL이앤씨는 1993년 필리핀 시장에 진출한 이후 발전소·플랜트·인프라 등에서 업계 최다 수준인 15건의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동남아 최대 규모(약 2조2500억원)인 페트론 정유공장을 준공하는 등 현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회사는 이러한 30년 이상 현지 경험과 네트워크가 향후 필리핀 내 SMR 사업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력과 사업 실적을 동시에 갖춘 DL이앤씨는 SMR 사업의 최적 파트너"라며 "엑스에너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SMR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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