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그러겠나 했더니 선 넘었다"…고덕 아파트서 생긴 일 [돈앤톡]
언론기사2025.12.08
공공보행로 펜스 설치 결정에 벌금 부과 공문까지
"지자체도 아닌데 벌금 부과까진 과하지 않았나"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에 붙은 현수막.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엔 주변 단지 입주민들에게 공공보행로를 다니면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공문을 보낸 게 화근입니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상일동에 있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입주)은 최근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을 비롯해 같은 동에 있는 '고덕센트럴아이파크'·'고덕자이'·'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등 주변 아파트 단지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의 요지는 아르테온 내에 있는 공공보행로를 제외한 전 구역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최대 2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론 어린이 놀이터와 휴게 공간 등 출입 금지 구역 위반 시 10만원의 위반금을, 단지 내 흡연이나 반려견 배설물 미수거 시 10만원을, 전동 킥보드·전동 자전거 지상 주행 시 20만원 등입니다.

아르테온이 주변 단지에 공문을 보내게 된 배경에는 여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먼저 공공보행로가 개방돼 있다 보니 외부인들이 단지로 들어와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놓고 간다든지, 반려동물을 산책하면서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다든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통행량이 많은 보행로에서 전동 킥보드나 전동 자전거를 타는 등 단지 미관이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도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론 올해 초 해당 단지 인근에 다른 단지 입주민이 공공보행로의 보도블록 단차에 걸려 넘어져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고 아르테온 입대의로부터 보험금을 청구, 수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여름엔 고덕자이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에 사는 학생들이 공공보행로를 통해 아르테온 지하 주차장에 들어와 소화기를 난사하고 이를 촬영한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고덕아르테온'이 보낸 공문을 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가 공개했다. 사진=고덕그라시움 생활지원센터
결국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입주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이유로 펜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입대의 의결에 따라 투표가 진행돼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펜스 설치가 가결됐습니다. 펜스를 설치하면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5번 출구까지 가는 길이 막히기 때문에 주변 단지에선 "공공보행로를 무슨 권리로 막는지 모르겠다"는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이후 논란이 수그러들었고 이렇게 끝이 나나 싶었지만 아르테온에서 펜스 설치에 이어 벌금 부과 관련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등에는 펜스 설치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고덕그라시움은 해당 보행로를 잘 이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아서입니다.

공문을 근거로 그라시움에 거주하는 한 주민에게 아르테온 단지 내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한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강동구청 민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17일 '공공보행로 출입 금지와 벌금으로 위협하는 고덕아르테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라시움에 거주한다는 이 주민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가 아르테온을 통해 집에 가던 중 보안요원의 제재를 받았다"며 "아르테온은 외부 강아지 출입 금지여서 빨리 안고 나가라는 통보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보안요원의 태도가 아주 고압적이어서 위협적으로 느낄 정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강동구 도시관리국 공동주택과는 "아르테온의 공공보행로는 일반인이 보행에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된 공간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달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민원은 비공개로 돌려진 상태입니다.

고덕아르테온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다른 단지 입주민이 강동구청에 넣었다는 민원 내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민원을 계기로 아르테온에 대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고덕그라시움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더니 그들(아르테온 입주민)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아르테온에서 고덕중을 다니는 학생들이 매일 그라시움을 질러가는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라시움에 거주하는 또 다른 입주민은 "아르테온 거주민 자녀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라시움 상가에 자전거를 무질서하게 던져두고 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변 단지들의 여론도 다시 싸늘해졌습니다. 아르테온이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자 고덕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등에선 "오죽하면 펜스까지 설치하겠느냐. 다 같이 사는 세상인데 어느 정도 이해도 해줘야 한다"는 동조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선 "일개 단지가 지자체 수준의 벌금을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상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산다는 주민 A씨는 "공공보행로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쓰레기를 버리진 않았지만 아르테온에서 여러 이유로 펜스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오죽하면 그러겠나'라는 딱한 마음도 들었다"며 "하지만 공문에 나온 것처럼 행동 하나하나에 벌금을 책정하는 상황까지 오니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상일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 B씨는 "아르테온 내에서도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며 "결국 입대의와 입대의를 지지하는 일부 주민들이 너무 과격해지면서 이런 사태가 터진 것 아닌가 싶다. 고덕, 상일동 작은 동네에서 속 시끄럽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도 했습니다.

아르테온 거주민 사이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아르테온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안전을 이유로 펜스 설치도 추진한다고 해서 (입대의가) 믿음직스러웠는데 점점 일을 키우는 것 같다 솔직히 조금 피곤한 게 사실"이라면서 "하루빨리 잘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아르테온은 물론 고덕지구 전반을 보는 시각도 악화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아르테온 이 정도면 고덕지구 금쪽이 아니냐. 금쪽테온이다", "고덕동, 상일동 민도 수준 알만하다" 등의 반응도 나옵니다.

아르테온 보행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아르테온도 그 해답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아르테온이 인근 아파트에 보낸 공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외부인들의 이기주의적이고 무질서한 집단 행태에 대해 우리 입주민이 작성한 아래의 글은 도덕적 일관성과 윤리의식의 부재를 비판하며 상호 존중이 곧 자기 보호의 최소 조건임을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남의 집에 가서 조심해라’는 말은 한마디가 없네요. 본인 집에서 층간 소음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항상 하면서요. 다른 단지에서 할 것은 해야지 눈치를 봐야 된다는 말은 정말 개인 이기주의적 행위인 것 같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타인도 본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