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세입자 정보 ‘쌍방공개’…임대차계약 신뢰성 높일까
언론기사2025.12.09
대한주택임대인협회, 내년 초 ‘스크리닝 서비스’ 출시 예정
전세사기 여파로 집주인 정보 공개 당연시…세입자는 ‘깜깜이’
정보 비대칭성 해소되겠지만 사회적 갈등 유발 우려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내년부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 서로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 모델이 도입될 전망이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임대인의 정보 공개는 제도화된 반면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정보 공개가 임대차계약의 투명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프롭테크 업체와 신용평가기관 등과 함께 내년 초 ‘임대인·임차인 스크리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임대차계약에 앞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를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차인은 과거 임대료 납부 이력, 이전 임대인의 평가, 신용정보 등을 비롯해 흡연 여부, 반려동물, 주택 훼손, 동거인 여부 등 생활패턴 정보 등을 임대인에게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임대인은 소유 주택의 등기부 등본을 통한 권리 분석, 보증금 미반환 이력, 세금 체납 현황, 선순위 보증금 예측 등의 정보를 임차인에게 전달한다.

협회는 이를 통해 임대차계약 이후 불거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임대차계약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전세사기 등 여파로 임차인 피해가 확산하면서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는 제도적으로도 자리를 잡았으나 임대인은 월세 미납과 주택 훼손 등의 행위를 하는, 소위 ‘불량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해 왔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불량 임차인’ 필터링 요구 커질 전망
과도한 사생활 침해 지적, “철저히 상호 동의 하에 정보 공개”
해외선 보편화된 임차인 검증…시장 투명성 제고 기대
이미 미국·독일·영국 등에선 임대차계약 전 임차인의 신용도, 임대료 연체 이력, 소득 및 직업 정보 등을 기본 제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관련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핵심은 임차인은 임대주택이 안전한지,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택을 깔끔하고 안전하게 잘 사용할 사람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관련 데이터가 쌓여 좋은 임대인, 좋은 임차인이라는 평가가 남으면 다음 계약도 수월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안DB이어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은 완전히 무너졌고 전세는 물론 반전세도 꺼리는 상황에선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내 놓아도 백약이 무효하다”며 “앞으로 저보증·무보증 형태의 월세 계약이 늘어나게 되면 임대료 체납 시 임대인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임차인에게 과도한 사생활 정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임대인은 낮은 보증금으로 안전한 집을 제공하는 대신 어느 정도 임대료 지불 능력이 있는 검증된 임차인과 매칭하도록 돕겠단 취지의 서비스”라며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철저히 상호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고 일축했다.

협회는 내년 상반기 프롭테크 기반 부동산 플랫폼에 우선 적용한 뒤 네이버·직방·다방 등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단 계획이다.

전문가들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정보 공개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또 다른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단 견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주거 선호 지역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한국은 보증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임차인 관련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데 보증금으로 그 비용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월세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어서 (관련 서비스 도입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무조건 나쁜 놈이 아니고 임차인이 무조건 피해자나 약자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련 서비스가 도입되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정보 공개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로 할 지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민법에는 계약 자유의 원칙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임대인도 임차인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며 “상호 합의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요구가 맞아 떨어져서 서비스가 운영된다면 임대차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지만 임대인이 과도하게 임차인의 정보를 요구하게 되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을 테고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따라 돌아갈 텐데 임차인도 임대인의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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