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선구제 후회수’ 다시 띄운 李… 막대한 재원·형평성 논란
언론기사2025.12.17
李 대통령 “약속했으니 지킬 것”
전 정부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 폐기
“회수 어려워 국민 혈세 수조원 투입”
보이스피싱·코인 사기는?…형평성 지적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先)구제 후(後)회수’ 재검토를 공식 지시했다. 전세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국가가 대신 물어주자는 것인데, 전 정부에선 “일반 국민에게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막았었다. 재정 부담, 형평성 논란 재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전세 사기 피해자 선구제 후회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부 업무 보고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지원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며 “예산도 필요하고 고려 사항이 많을 테니 별도로 준비해 보고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방식의 전세 사기 피해 구제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개정안의 큰 틀은 공공기관이 먼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임차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우선 지급하고,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사들여 구상권 청구, 주택 경공매 등 채권 추심을 통해 자금을 보전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보증금 전액 회수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 3만6000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이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 총 5조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회수 가능 금액은 1조~2조원에 불과, 나머지 금액은 공공기관이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토부는 당시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HUG는 재정 운영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전세 보증과 정책 대출 확대, 공공 임대 사업비 증가 여파로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지난 10월 말 기준 12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 및 임대 주택 공급 등에 사용되는 주택도시기금을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 보상을 국가가 전액 책임지고, 그 부담을 납세자가 나눠 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왜 전세 사기 피해자만 정부가 나서 보상하느냐는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여지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사기 유형으로 꼽히는 보이스피싱 사기의 경우 자율배상 제도가 있으나, 배상의 주체는 은행 등 금융회사다”라며 “구조 역시 무조건 전액 배상하는 것이 아닌 과실 여부를 따져 책임분담 기준에 따라 배상하는 방식인데, 정부가 회수 가능성이 작은 악성 채권을 무작정 사들이는 방식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