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은 늦고 규제는 빠르다…2026년 집값, 대출·세금 '정책'이 가른다
언론기사2026.01.04
[2026 부동산시장 전망]②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올해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R114의 분양 물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올해 분양 예정을 포함한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2만1,12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12만8,532)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2010년(6만8396가구) 이래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사진은 24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24. kch0523@newsis.com /사진=2026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속도 차'다. 공급은 방향만 제시된 채 체감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규제는 즉각 작동한다. 정부가 2025년 하반기 6.27 대출규제(주택담보대출 6억원 캡), 9.7 주택공급대책, 10.15 규제 강화(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대출 규제 재강화)를 연달아 내놓은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정책 기조가 '규제 일변도'가 아닌 지역별로 온도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수도권은 대출 총량 관리와 세금 규제를 중심으로 수요 억제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지방은 투자 수요 유입을 유도하는 핀셋 완화가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방 시장에서는 투자 수요가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양도세 감면이나 취득세 중과 배제 같은 정책적 부양책이 동반돼야 지역 간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은 '양'보다 '확신'과 퀄리티'

공급 정책을 둘러싼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숫자 경쟁보다 공급의 신뢰도와 상품성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 부동산 전문위원은 "공급 계획에서 더 이상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수도권 25만 가구가 계획대로 준비된다면 물량 자체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를 믿고 기다리면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연구원 역시 "공급은 물량 확보뿐 아니라 퀄리티가 중요하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공급 방안이 나와야, 3040세대와 세입자들의 불안(FOMO)을 낮추고 매수 시점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동남권 그린벨트 해제, 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의 수도권 정비사업 지원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인허가·착공 급감, 2026년 하반기부터 체감

공급 공백의 여파는 이미 예고돼 있다.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은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 연구원은 "인허가·착공 급감의 영향은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의 세입자들이 매수로 전환하면서 가격을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보연 세종대 산업대학원 교수도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4년, 정비사업은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약 10년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2025년 착공 부진은 4~5년 뒤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35만 가구 같은 총량 목표보다, 2030년까지 연간 15만 가구 수준의 착공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점을 담보해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은 정책 카드…세제와 토허제 '부분 조정'

공급 시차가 길어질수록 정부의 정책 선택지는 다시 수요 관리로 좁혀진다. 대출 규제가 이미 한계 수준에 도달한 만큼, 세제와 규제 지역 조정이 2026년의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신 교수는 "현행 대출 규제는 유지하되, 가격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3중 규제로 묶인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부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며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분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는 입주 물량 부족과 통화량 증가로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공급은 당장 효과가 없기 때문에, 양도세·보유세 완화 등을 통해 기존 매물이 시장에 순환되도록 해야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 제도도 시험대…급격한 개편은 부담

청약 제도 역시 논의 대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수민 전문위원은 "가점제에 대한 불신과 '로또 청약' 논란이 있지만, 오랜 기간 정립된 제도를 급격히 바꾸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고분양가로 청약 경쟁률이 현실화된 만큼 급격한 제도 변경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 교수는 "무주택 기간 가점 확대, 청년층의 부양가족 가점 불리함 완화 등 부분 개편은 필요하다"며 "분양가상한제로 시세보다 10억~20억 저렴한 단지는 최고가 입찰 방식 등 경매에 준하는 제도 개편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6.27 대출 규제와 토허제에 더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추가 대출 규제나 세금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중기·장기로 나눈 시간대별 공급 로드맵이 제시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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